검찰, "원고가 음성코드 요구 안 했다" 인권위, "처분 경위 구두통지는 항고 준비에 불충분해"
국가인권위원회는 검찰이 시각장애인에게 보내는 사건처분경과통지서에 점자나 음성변환코드를 미제공한 것이 장애인차별행위라고 판단하고, 시정을 권고했다. ⓒ소셜포커스 (사진=News1)
[소셜포커스 박예지 기자] = 원고가 중증 시각장애인임을 알고 있음에도, 사건처분경과통지서에 접근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검찰 측에 국가인권위원회가(이하 인권위) 시정 권고를 내렸다.
진정을 제기한 중증 시각장애인 A씨는 지난 2019년 5월 말, 약 2개월 전 고소한 사건에 대한 처분결과통지서를 받았다. 그런데 이 통지서에 점자나 음성변환바코드가 제공되지 않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항고했다.
이에 피진정인인 검사는 "A씨에게 경찰이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음을 설명하고 더 제출할 자료가 있는지 물었으나, 제출받은 추가자료가 불기소 의견을 바꿀만한 증거가 되지 않았다. 이후 최종 처분결과를 서면으로 통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검찰에는 사건처분결과 통지업무에 쓰이는 문자음성 변환시스템이 없고, A씨가 통지서에 음성변환용코드를 삽입해 달라는 요구를 한 적도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담당 검사는 수사자료를 통해 A씨가 중증 시각장애인임을 인지하고 있었고, 구두설명이 시각장애인이 스스로 불복절차를 확인하고 진행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 결과, A씨는 매우 사적인 통지내용을 타인에게 의지해 파악해야만 했다"며 검찰 측의 행위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하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검사가 주장한대로 현재 대검찰청에서는 현재 사건관계인에게 통지하는 문서에 점자나 음성변환코드 등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다만 인터넷 형사사법포탈 또는 민원실에 방문해 발급받는 민원서류 28종에 대해서는 보이스아이 바코드를 함께 출력해 제공하고 있다.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은 '공공기관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수준으로 행정·사법절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명시한다. 만일 장애인이 행정·사법절차를 이용하기 위해 점자자료, 인쇄물음성출력기기, 수어통역, 보조인력을 요구할 경우, 해당 기관은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
인권위는 "검찰 또한 민원인의 고소·고발에 대해 적절한 수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통지할 의무가 있는 국가기관이기에, 장차법 위반 행위를 시정해야만 한다"며 시각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사건처분결과통지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점자, 음성변환용코드 등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것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