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마비 아들, 22년 만에 세상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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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마비 아들, 22년 만에 세상을 보다

최인호 0 514

전신마비 아들, 22년 만에 세상을 보다

예고 없이 찾아온 장애, 새 희망도 예고 없이 찾아와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6-07-22 12:09:13
지난 1994년 추석 연휴를 앞두고 들뜬 18살의 아들은 더위를 피해 이층방 창틀에 기대앉았다 떨어지는 사고로 전신마비 장애인(1급 뇌병변장애)이 되었지요.

밖으로는 피한방울 없이 혼절한 듯 깨끗한 모습의 아들을 보며 저는 이것은 충격에 의한 기절일거야 곧 깨어날 거야 하는 마음을 놓지 못하고 머리가 깎여지고 수많은 주사줄을 달고 수술실로 들어갈 때도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답니다.

차후 두 번의 수술이 더 있었고 간병을 하던 남편은 세상을 떠나고, 아들은 22년이란 시간동안 작은 방만이 온 세상인 듯 누워서 생활하고 있답니다.

누군가는 말합니다. 아들의 단기기억장애가 신이 내린 축복이라고~. 어쩜 그럴 수도 있다고 이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사지마비로 꼼짝 못한 그 많은 시간들을 기억한다는 것은 가혹할 거니까요. 다행히도 아들은 잘 견뎌주었고 늘 고마움과 미안함을 알고 잘 웃습니다. 벌써 사십을 넘긴 아들은 얼굴도 몸도 변하였지만 다칠 때의 예쁜 마음을 그대로 가지고 나의 곁에 있습니다.

국립재활원과의 우리의 인연이 이제 시작됩니다. 저도 소아마비 장애로(지체4급), 올해 2월 오래된 보조기를 다시 맞추기 위해 검색해보다가 국립재활원이란 곳을 알고 진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외래에서 과장님을 만나게 되었을 때 저의 고충을 같이 고민해주시고 진료해주시는 따뜻한 눈빛과 말씀을 듣고 저는 용기 내어 저의 아들에 대한 의논도 하게 된 것입니다.

과장님은 잠시 고민하시다가 제게 물었죠. '왜 그동안 치료를 안 한 이유가 있는지? 또 입원 했을 때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는지?' 저는 세상에 나오는 방법을 몰랐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갖고 있던 3가지 소원을 말씀 드렸습니다.

첫째, 22년 동안 방 밖을 나가본 적 없는 아들 몸 속 건강상태 검진과 둘째, 피부발진에 대한 치료와 셋째, 혹시 휠체어에라도 앉힐 수는 없는 것인지 이대로 그냥 사는 게 맞는 것인지 입니다.

잠시 침묵하시던 과장님은 입원을 승낙하셨고 이제 4개월 되어가는 이즈음 그 3가지 소원은 다 이루어지게 되었답니다.

기적이 우리 모자에게 왔습니다. 왜 진작 이런 용기를 못 냈던지, 그 오랜 시간동안 무지로 인한 방임이었던 것인지, 후회와 번민에 괴로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젠 다 떨치고 희망을 가져보려 합니다.

조금 늦었지만 우리 아들이 세상을 볼 수 있고 좀 더 편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많은 의료진과 선생님들이 고민해 주었습니다.

먼저 검사와 치료를 통하여 건강상태를 진단받았고, 전신마비 아들이 누워서 24시간 생활을 하지 않고 휠체어 도움을 받아 앉아서 밥도 먹고, 이동도 하고, 엄마의 도움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많은 선생님들이 매일 매일 물어봐주시고 병실을 찾아주었습니다

맞춤형 휠체어 가봉하고 있는 모습. ⓒ김현숙에이블포토로 보기 맞춤형 휠체어 가봉하고 있는 모습. ⓒ김현숙
때마침 사회복귀지원과에서 후원기관을 연결해주어 특수휠체어와 앉기 보조자세유지기 맞춤 비용을 지원받게 되었습니다. 요즘 한창 맞춤 제작을 위한 가봉(?)이란 것도 두 번 했고, 한달 동안의 제작이 끝나면 휠체어이용 연습을 하여 콜택시도 타고 싶습니다.

아들은 그동안 감옥 생활 같았는데 지금은 희망이 생겨 기쁘다고 합니다. 또한 바라만 보던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기 위하여 등록과 절차도 배우고,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설레는 마음도 생겼습니다.

행운처럼 찾아온 국립재활원과의 인연이 아들의 멈춰버린 시간들을 움직여 하나씩 배우고 익혀 새로운 삶을 살아가려 합니다.

이제 한 달 후 아들은 맞춤휠체어도 타고 장애인 콜택시도 타보고 자신만의 세상이 아닌 방밖의 세상으로 나갈 겁니다. 늘 보던 천정만이 아닌 사람도 보고 비도 꽃도 예쁜 경치도 보고 느끼게 될 겁니다.

저 또한 기본적인 보살핌 보다는 아들보다 한발 앞서 배우고 익혀 다시 찾게 된 새 삶을 힘차게 헤쳐 보려고 합니다.

퇴원을 앞두고 스마트홈이란 곳에 3박 4일간 체험을 해보았습니다. 그 곳은 일반 가정의 환경이지만 편의시설이 잘 구비되어 있어 사회나 가정에 복귀를 준비할 수 있는 곳이며 그동안 누워서 밥을 삼키던 아들은 스마트홈에서 휠체어에 앉은 채 밥도 먹고, 앉지 못하여 누워서 라디오만 듣던 아들이 휠체어에 기대어 텔레비전도 시청하고. 앞으로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도록 시켜보고 도움을 받아야 할 일이 무엇인지 체험도 해 보았습니다.

스마트홈에서 식사를 하는 아들. ⓒ김현숙에이블포토로 보기 스마트홈에서 식사를 하는 아들. ⓒ김현숙
앞으로도 오랜 시간 동안 이루어질 수 없는 일도 많다는 현실의 벽에 좌절도 겪겠지만, 또한 오랜 연습 뒤에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질 것이란 자신감도 얻게 됩니다.

며칠 전 아들은 처음으로 ‘언사귀각’이란 말이 있지요? 하며 제게 말합니다. 아무생각 없는 듯 있던 아들의 마음에 지나치는 사람들이 무심코 던지는 차갑고 무서운 말들이 상처가 되었나 봅니다.

이젠 그 무심코 던진 한마디와 차가운 시선에 움츠려 숨어들진 않을 것입니다. 세상 밖으로 나올 때 좋은 모습도 보겠지만 동시에 아픔을 주는 가시도 역시 공존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젠 언제나 좋은 곳만 바라보며 직진하려 합니다.

장애가 예고 없이 찾아왔지만 새 희망 새 삶도 예고 없이 우리 모자 곁에 찾아왔습니다.

이 모든 기회를 주신 국립재활원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세상 밖을 나가지 못하는 장애인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우리 곁에 알게 모르게 안정적인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이 글은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사는 김현숙님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기고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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