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사용 장애인은 가지 말라고 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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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사용 장애인은 가지 말라고 전해라

최인호 0 550

휠체어 사용 장애인은 가지 말라고 전해라

밀양 파크골프장 중증장애인은 사용불가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6-04-15 08:12:33
봄이면 온갖 풀과 나무에 싹이 돋고 꽃이 핀다. 잔디는 외떡잎식물로 여러해살이풀이다. 봄이면 뿌리에서 싹이 돋고 여름동안 푸름을 뽐내다가 가을이면 갈색 낙엽이 되어 바스라 진다. 다시 봄이 오면 뿌리에서 새싹이 돋아난다. 잔디는 뿌리에서 올라와 지표를 덮는 피복성 식물이라 잔디 떼 또는 잔디밭이라 한다.

잔디밭에서 하는 운동의 대표적인 것이 골프이다. 넓은 초원을 필요로 하는 골프, 골프의 축소판 같은 파크골프(park golf), 그 밖에도 그라운드골프, 축구, 야구 등도 잔디에서 이루어진다.

벚꽃 잎이 흩날리는 밀양 파크골프장. ⓒ이복남에이블포토로 보기 벚꽃 잎이 흩날리는 밀양 파크골프장. ⓒ이복남
부산에도 낙동강변 삼락공원에 파크골프장이 있는데 잔디에 싹이 돋아나는 3~4월에는 파크골프장이 문을 닫는다.

부산장애인골프협회(회장 김정포)에서는 부산 파크골프장이 휴장하는 동안 부산에서 가까운 김해, 울산, 밀양, 경주 등 휴장하지 않는 파크골프장을 찾아서 회원들에게 알려주곤 했다. 필자도 부산 장애인파크골프 동호인이라 지난 9일 밀양을 같이 갔다.

부산에서는 1시간 남짓한 거리인데 밀양강변으로 들어서자 파크골프장으로 가는 길은 온통 꽃길이었다. 길 양쪽으로 만발했던 벚꽃이 막 지고 있었고, 하늘에서는 하얀 꽃비가 흩날리고 있었다.

파크골프장은 보통 9홀에서 18홀인데 밀양시 삼문동 밀양강변에 있는 밀양의 파크골프장은 A부터 E까지 총 45홀이었다. 부산에서는 서너 대의 차량이 함께 갔는데 그 중에는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회원도 있었다.

밀양은 밀양파크골프연합회에서 관리하고 있었는데 외부인들에게는 1인당 3천 원씩 이용료를 받고 있었다. 송정애 전무이사가 이용료를 지불하기 위해 참석인원을 체크하는데 휠체어사용 장애인은 제외라고 했다. 왜? 공을 못 친다고 했다. 어리둥절했다. 여기까지 와서 왜? 밀양에서는 휠체어사용 장애인과 목발사용 장애인은 공을 칠 수 없다는 것이다.

부산에서 온 휠체어 사용 장애인은 영도클럽 이태영 회장인데 며칠 전에도 왔었단다. 그 때는 영도클럽 회원 몇 명과 함께 부산역에서 KTX를 타고 밀양역에 내려서 장애인콜택시를 타고 파크골프장에 도착했었단다. 밀양은 이용료를 받는 다는 것은 알고 있었기에 본부에 돈을 내러갔더니 휠체어와 목발 장애인은 안 된다고 하더란다.

부산 파크골프 회원들. ⓒ이복남에이블포토로 보기 부산 파크골프 회원들. ⓒ이복남
밀양파크골프연합회에서 내세우는 이유는 서너 가지인데 첫째는 휠체어나 목발이 파크골프장을 훼손시킨다는 것이다. 둘째 (밀양은) 구장이 넓고 굴곡도 있어서 (휠체어나 목발 장애인) 위험하다는 것이다. 셋째 (비장애인) 사람들이 공을 치는데 (휠체어나 목발 장애인) 너무 느려서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휠체어나 목발을 사용하지 않는 장애인은 어쩔 수 없이 받고 있지만 휠체어나 목발 장애인은 안 된다는 것이다.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파크골프는 1984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시작됐었다고 하는데, 말 그대로 파크(park) 골프(golf) 즉 공원에서 즐기는 골프이다. 파크 골프용 클럽 1개와 일반 골프공보다 크고 부드러운 플라스틱공 하나 만 있으면 된다.

공원은 자연풍경을 보호하고 주민의 보건휴양이나 정서생활의 향상에 기여할 목적으로 만든 곳인데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런 공원에 게임의 요소를 합쳐 '장애인과 어린아이부터 노인, 3세대 가족, 연인, 직장인 등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재편성한 커뮤니케이션 스포츠가 파크골프이다.

파크골프 공은 일반 골프공보다 크고 부드럽다. 공원 같이 좁은 잔디밭에서 운동하기 때문에 많은 힘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휠체어사용 장애인은 물론이고 목발사용 장애인도 있고 어떤 곳에서는 시각장애인도 있다. 장애인들에게는 더 없는 재활운동이자 좋은 취미생활이라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그래서 부산장애인골프협회 김정포 회장에게 이런 곳이 또 있느냐고 물어 보았다. “전국에 133개 정도의 파크골프장이 있는데 휠체어장애인의 출입을 막는 곳은 밀양 밖에 없습니다. 아마도 밀양 파크골프연합회 임원진들이 파크골프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반박할 이유야 얼마든지 있지만 ‘완전 참여와 평등’이라는 장애인복지의 기본이념도 잘 모른 채 ‘빨리빨리’에 길들여 진 사람들에게 더 이상 무슨 말을 어떻게 하랴 싶어서 일단은 참기로 했다. 그런데 저녁 식사 자리에서 불만들이 쏟아져 나왔다.

휠체어사용 장애인이나 목발사용 장애인이 파크골프장을 이용할 수 없다는 것도 개탄스러웠지만 화장실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밀양에는 본부석 옆에 그리고 오른쪽 입구에 2개의 이동식 화장실이 있었는데 입구 계단이 높았을 뿐 아니라 이상한(?) 모양의 재래식 화장실이었다.

울산 동천 파크골프장 멀리 경사로화장실이 있음. ⓒ이복남에이블포토로 보기 울산 동천 파크골프장 멀리 경사로화장실이 있음. ⓒ이복남
우리 회원 중에는 상지만 장애가 있고 하지에는 장애가 없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하지장애인들이었다. 그래서 입구 계단을 올라가기도 어려웠고 그 이상한 화장실은 사용할 수도 없었다. 대부분은 소변을 참고 견디었지만 몇몇 사람은 염치 불구하고 화장실 뒤편에서 노상방뇨를 했고, 어떤 사람은 참았다가 고속도로 휴게실 화장실을 이용했다고도 했다.

요즘은 파크골프장 뿐 아니라 대부분의 공원이나 둔치 등에도 경사로가 있는 장애인 화장실은 다 있다. 이동식 화장실에는 설사 경사로가 없다 하더라도 수세식 좌변기는 다 있다. 그런데도 왜 밀양에는 아직도 이상한 모양의 재래식이었을까.

먼저 경남장애인골프협회 이강국 회장에게 밀양 문제를 얘기했다. 이강국 회장도 그런 사실을 알고는 있었고, 관계기관에서 처리하겠다고는 했지만 몇 년째 그대로라면서 다시 한 번 해 보겠다고 했다.

각설하고, 밀양시청 장애인복지 담당자를 찾았다. 필자의 얘기를 듣더니 자신이 대답할 사안이 아닌 것 같다며 체육시설사업소로 돌려주었다. 체육시설사업소 담당자가 말하기를 파크골프장은 밀양강 하천부지에 설치 된 것인데, 허가가 나지 않아서 철거하라는 등 국토교통부와 실랑이를 하고 있는 중이고, 임시로 파크골프연합회에 관리를 맡긴 것이라고 했다. 잘 모르지만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휠체어나 목발 장애인은 위험부담 때문에 제한하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화장실은 불법이기 때문에 어찌할 수가 없다고 했다.

필자가 지난 2일에는 울산 동천 파크골프장에 갔었는데 그곳에는 경사로화장실이 잘 되어 있더라고 했더니, 밀양강이나 태화강은 국토교통부 소관이고, 동천 같이 작은 강은 울산시 소관이라 그런 것 같다고 했다.

“부산의 낙동강변 삼락공원 파크골프장에도 경사로 화장실은 있는데요?” 필자의 물음에 밀양의 담당자는 뭔가 제도적인 문제라고 설명했지만 자세한 것은 잘 알 수가 없다.

부산 삼락공원 파크골프장 부근 장애인화장실. ⓒ이복남에이블포토로 보기 부산 삼락공원 파크골프장 부근 장애인화장실. ⓒ이복남
법률적인 것은 잘 모르겠지만 공원 뿐 아니라 임시 행사장 등 사람 왕래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화장실은 있어야 된다. 편의증진법은 1997년에 제정이 되었다. 편의증진법이 아니라 해도 장애인도 이 땅의 국민이라면 당연히 장애인화장실도 있어야 된다. 그렇지 않다면 21세기인 지금도, 장애인은 화장실을 마음 놓고 이용할 수가 없으므로 집 밖으로 나서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아닌가.

그래서 부산지방국토관리청으로 문의를 했다. 밀양 파크골프장의 상황을 얘기 했다. 밀양시 체육시설사업소에서 말한 것처럼 밀양의 파크골프장과 화장실은 허가되지 않은 시설이라고 했다. 하지만 공공목적으로 이동형 화장실을 설치해서 신청하면 현장 조사를 해서 적법하다고 판단되면 허가할 수도 있다고 했다.

법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차별금지법이나 편의증진법이나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더구나 장애인의 체육활동에 필요한 시설의 설치나 편의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화장실 문제는 밀양시의 의지에 따라서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휠체어사용 장애인이나 목발사용 장애인의 출입을 막고 있는 밀양의 파크골프장은 언제까지 그들의 눈치나 보면서 기다리고 있어야 하나…….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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