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자폐 완치 안내문, 부모들에 공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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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자폐 완치 안내문, 부모들에 공분

최인호 0 381

건보공단 자폐 완치 안내문, 부모들에 공분

자폐가 완치된다고 말하면 가족들을 두 번 울리는 것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7-06-05 16:07:15
영유아 건강검진 안내문 중 13페이지 자폐에 대한 내용. ⓒ서인환에이블포토로 보기 영유아 건강검진 안내문 중 13페이지 자폐에 대한 내용. ⓒ서인환
건강보험공단은 보험증을 왜 신용카드처럼 플라스틱 카드로 만들지 않고 여러 페이지의 수첩으로 만들고 있을까? 종이로 된 수첩은 훼손되기도 쉽고, 소지하고 다니기에도 불편하다. 종이로 된 수첩을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주민번호만 말하면 병원에서 전산 처리되므로 크게 불편하지 않고, 카드식으로 만들면 분실할 경우 습득자가 도용할 우려가 있어서일까? 수첩도 사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도용하기에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늘 첨단시대에 카드를 만들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다.

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에서 건강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얻고자 할 경우 무언가 부족한 생각이 든다. 절차에 대한 정보는 있지만 건강보험제도의 역사나 외국제도와의 비교 등 상당히 학술적 내용이나 한국의 우수한 점을 설명하고, 건강보험의 역사나 공단의 소개, 병원 안내, 보험금 징수에 대한 정보들은 있으나 실제로 건강에 대한 자료를 얻고자 하면 바로 공인인증을 요구하며 개인정보 수집에 들어간다. 정보를 얻고자 하는 사람이 자신의 신분을 밝혀야 정보를 제공한다면 노출을 꺼리는 건강문제를 알아볼 길이 없다.

공인인증은 시각장애인들이 사용하는 데에는 접근성이 쉽지 않고, 간단한 건강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하는 데에 왜 신상을 증명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그리고 특정 질환에 대하여 알아본 것까지 모두 흔적으로 기록에 남는다면 함부로 정보를 검색해 보기도 부담된다. 건강검진의 가정통신문을 분실하였을 경우, 그 내용을 알아보고자 하면 통신문을 자료실에서 찾을 수도 없다.

건강에 대한 상세 정보를 얻고자 건강 in(건강인)이라는 링크된 별도의 사이트에 접속을 해야 하는데, 여기서 자가 건강 체크나 건강관리에 대한 정보는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에 정한 각종 서비스도 이 같이 하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은 개발되어 있으나, 곳곳에서 필요 이상의 공인인증 절차를 요구하고 있기도 하고, 역시 가정통신문 같은 파일은 찾을 수가 없다.

4개월부터 71개월까지 영유아는 시기별로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으며, 가정으로 안내문을 보낸다는 내용과 검진기관에서 안내문을 받을 수 있다고 사이트에서는 안내하고 있는데, 굳이 검진기관에 가지 않고 파일을 인터넷에서 볼 수 있으면 더욱 편할 것이다. 국민정보화 비율이 100%도 아니고, 특히 공인인증 사용자는 휠씬 낮을 것이다.

영유아 건강검진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통합검색을 하면 이미 몇 년 지난 정보는 검색이 몇 건 되는데, 심지어 노인요양 페이지에 나타나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건강검진의 자료는 찾기가 어렵고, 건강검진 대상인지 공인인증을 하여 조회만 할 수 있을 뿐 설명문으로 알아볼 수는 없고, 공인인증을 하려고 하니 보안 프로그램을 비롯하여 여러 프로그램을 추가로 설치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2017년 영유아 건강검진 안내문을 우편물을 구하여 알아보았는데, 거기에 자폐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자폐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닙니다. 자폐!! 조기치료로 완치 가능한 질병입니다. 우리 아이에게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2014년 미국 아이들의 경우 66명 중 1명 꼴로 자폐 진단(캠브리지대학교 자폐연구소장 바론 교수). 반드시 지적장애, 언어장애를 동반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쉽게 발견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자폐는 불치병이 아닙니다. 고칠 수 없는 병이라는 편견 때문에 숨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의 관심과 조기발견, 치료를 하면 완치될 수 있습니다. 2~3세 시기에 체계적인 치료 및 교육을 받으면 자폐를 가진 아동들이 크게 개선되는 효과를 보입니다.

자폐가 남의 일이 아니라는 말은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조기치료로 완치가 가능하다는 말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렇다면 자폐는 완전 정복된 질병인가? 자폐는 원인도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원인도 모르는 데 어떻게 완치가 될 수 있을까?

어떤 연구자는 부유층의 집안 남성에서 많이 발생하며, 성염색체와 관련이 있는 듯 하다고도 하고, 발달시기에 문화적 교류의 결핍에서 생긴다고 하는 이도 있고, 수온의 중독과 연관이 있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유전성인지, 환경적 문제인지, 심리적 문제인지, 뇌의 이상 작용에 의한 것인지도 명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뇌 크기의 문제로 보는 설도 있고 측두엽 이상으로 보는 설도 있으며, 신경해부학적 문제로 보는 설도 있고, 신경전달 물질 이상으로 보는 설도 있다. 마치 자동차 개발 단계에서 판매를 한다고 하는 것 같다.

자폐는 한 가지 이유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사람마다 각기 다른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그러기에 주로 상동행동과 정서적 불안정, 상호작용 질적 문제를 보이는 자폐 스팩트럼은 여러 항목 중 몇 가지에 해당하면 자폐로 진단하는 것이다. 즉 정확한 증세나 원인이 아니라 확률적 통계적 방법으로 진단하고 있다.

완치가 가능하다고 하면 완치가 된다고 한 말은 아니다. 법에서 할 수 있다는 해야 한다와 다른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완치되는 경우가 있다고 가능하다고 말해도 되는가? 암이 완치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다고 암은 완치되는 질병이라고는 하지는 않는다. 완치되는 경우도 있다고만 할 뿐이다.

자폐가 완치가 가능하다면 현재 자폐 자녀를 둔 부모는 완치되는 것을 부모 잘못으로 방치하고 있는 셈이 된다. 가능성은 그 정도가 얼마인지 명백하게 말한 것은 아니므로 책임성은 없다고 말할지 몰라도 증세를 가진 가족 입장에서는 지푸라기 기대듯 희망고문을 당하게 된다.

언어장애나 지적장애를 반드시 동반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어 발견이 어렵다는 말은 전문의도 어렵다는 말인지 부모들은 어렵다는 말인지 애매한 표현이다. 전자라면 책임회피이고, 후자라면 부모를 무시하는 말이다.

그냥 언어장애나 지적장애를 동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정도의 표현으로 발견이 어렵다는 말은 빼도 된다. 발견을 하기 어려워서 검진이 필요하다는 말인지, 나을 수 없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어 알면서도 숨기는 것이 문제인지도 불명확해 표현에 문제가 있다. 두 가지 경우가 다 있을 수도 있으나 조기진단과 치료는 도움이 되므로 검진을 통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하면 될 것이다.

완치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편견이라면 현재 자폐 가족들은 모두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된다. 우리 아이가 발달이 좀 늦겠지 하면서 진단 시기를 놓치는 경우는 있어도 낫지 않기에 아예 숨기고 포기하는 사람은 없다. 완치가 된다고 했으면 ‘걱정 하지 마세요. 발견하고 치료하만 낫게 됩니다.’라고 해야 맞다. 그런데 안내문 다음 문장에서 크게 개선된다고 수위를 낮추어 꼬리를 내린다.

조기발견과 치료나 교육은 중요하다. 그러나 완치를 말하는 것은 과대 포장이다. 자폐는 매우 폭넓고 다양한 미지의 분야다. 병원에서 다리를 다친 사람은 모두 낫게 된다고 말하지 않듯이 자폐가 완치된다고 말하면 그 가족들을 두 번 울리게 된다. 그리고 앞으로 자폐 가족들은 치료되지 않은 것은 모두 가족의 탓이 될 것이다.

이 안내문을 받은 발달장애인 가족들은 정부와 건보가 이렇게 생각 없는 말을 함부로 한 것에 대하여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앞으로 전문의에게 완치가 되는 것을 왜 치료하지 못했느냐고 따지면 되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들 중에 자폐인 중에 서번트(천재)가 있다는 말을 듣고 모든 자폐는 특정한 재능을 가졌다고 생각하여 “당신은 어느 분야에 전채입니까?”라고 질문하여 가족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고 한다. 위의 완치 광고는 또 다른 편견을 오히려 만들 것이다. 가족이 편견을 가진 것이 아니라 의료계가 편견을 가진 것이 분명하다.

1년 전 약사 출신 김순례 의원이 한 언론사와 인터뷰를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이 기사의 제목은 “내 아들이 극복했듯, 자폐도 암처럼 극복 가능”이라고 되어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통계에 의하면, 미국에서 장애를 안고 있는 아이들 중에 정신발달장애가 68명중 1명으로 나오고 있다. 연구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우리나라 아동보호 기본계획 안에 따른 작년도 실사결과를 봐도 33명당 1명이 자폐 아동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자폐에 대해 무지하고 무관심하다.

실제 우리나라의 경우 1차부터 7차까지 영유아 검진을 받고 있다. 문제는 요식행위에 불과해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신체검사 등 단순 항목 위주라 엄마들도 갈수록 검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결국 검진을 받지 않는다.

김순례 의원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통계와 응용행동분석(ABA) 행동기반연구를 근거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동들이 3세 미만 조기발견 시 극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만약에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아동이라면, 이를 3세 미만일 때 지적발달 장애를 발견한다면 호전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공신력 있는 응용행동분석(ABA) 행동기반연구에 따르면,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동들을 2년간 응용행동분석에 따라 교육한 후 89%의 아동들에게서 현격한 변화가 관찰됐다. 특히 47%의 아동들은 성공적으로 통합했다.

취학아동이 또래들과 함께 대중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대중교육이 얼마나 중요한가. 자폐는 3세 미만 조기발견이 중요하다. 이를 뒷받침할 제도 구축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자폐는 불치병이 아니다. 지금 암을 70~80% 완치할 수 있을 만큼 정부에서 적극 관리하고 있지 않는가. 자폐도 암처럼 극복이 가능하다. 제 아들도 극복했다. 자폐의 스펙트럼은 굉장히 넓은데 우리 아이의 경우 놀이 하나, 장난감 하나에 집착했다.

저희 집이 대가족이다 보니 사회성으로는 부족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극명하게 드러난 것은 유치원에 들어갈 때였다. 할머니와 엄마에게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또래 아이들과 놀이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소아정신과 유명하신 분들을 찾아다녔다. 이후 자폐 증후가 있다는 진단을 받았는데,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동원했다.

보통 엄마들은 아이를 낳았을 때가 가장 기쁘다고 말하는데, 저는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했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과연 아이가 할머니와 엄마 손을 놓고 또래들과 교육을 받을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좋은 담임선생님을 만났다. 등교한지 열흘 째 되는 날, 아이가 제게 집에 가도 된다는 사인을 주더라. 그때까진 제가 항상 교실 문을 조금 열어두고 아이를 지켜봤어야 했다. 아이가 자꾸 뒤돌아보면서 엄마가 곁에 있는지 확인했기 때문이다.”

완치는 완전 치료나 완전 퇴치라는 의미로 사용되어야 한다. 치료 효과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완치가 된다고 말하면 어떤 사람은 희망고문을 당하게 되고, 어떤 환자는 그럼 나는 무어냐고 울부짖게 된다.

김순례 의원의 자녀의 경우 장난감과 엄마에게 애착증을 보인 것인데, 자폐 증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심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충분히 오진일 가능성도 있다. 행동수정 이론을 근거로 통합교육을 할 정도로 개선된다고 하면서 용어는 완치란 말을 사용한다. 그럼 통합교육을 하고 있는 자폐인은 완치된 것인가?

김순례 의원의 인터뷰는 자폐가 핵심 인터뷰 내용도 아니고, 잘 치료하면 호전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완치 가능성이란 말이 들어가면서 발달장애 부모들이 이 시가에 새삼 주목을 하면서 가슴 아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발달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로 하기 위해서라도 완치 가능성이란 말은 삼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 만약 그런 사례가 있었다면 아직은 사례일 뿐이다. 시각장애인에게 인공 카메라 눈이 나왔으니 시각장애는 해결되었다고 하면 기뻐할까 더 슬퍼할까?

국회의원들에게서 건보 공단은 8만 명이나 영유아가 건강검진을 받고 있지 않아 대책을 강구하라는 독촉을 받고 공익광고 공모전을 하였는데, 그 중 자폐 아이가 나오는 한 광고는 건강검진 덕분에 안녕이란 말을 생각하게 되었다며 여러분도 안녕하냐고 말한다.

안녕이란 말은 탈 없이 편안함을 말하는데, 자폐 부모들 입장에서는 치료를 제대로 하지 않아 당신들이 안녕하지 않다는 말로 이해되며, 조기치료를 한다고 하더라도 다행인 줄은 몰라도 안녕은 아니라고 한다. 그리고 이 광고는 행동수정 사업자 홍보광고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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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서인환 (rtech@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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