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환자 보호자는 힘들다"
국가치매정책 "치매 고위험군 집중검진 필요해"
치매 예방법 8가지도 선봬.. "지속성이 중요해"
치매 고령자 수가 전체 노인인구의 10%인 83만명에 이르고 있는 한국의 현실에 발맞춰 정부는 치매국가책임제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치매환자의 관리만큼 중요한 것이 '보호자'에 대한 관심과 교육이라는 의견이 한 토론회 현장에서 제기됐다.
맹성규 의원실은 12일 국회의원회관 제6간담회실에서 '치매에 대한 이해와 성공적인 국가정책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4명의 발제자와 4명의 지정토론자가 참석해 치매에 대한 개념부터 예방대책, 국가정책까지 다양하게 논의했다.
특히 치매환자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보호자'에 대한 상담과 교육이 중요하다는 주제발표는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 외에도 치매 국가책임제의 방향, 치매 예방법 8가지, 치매와 알츠하이머병의 개념 정립 등을 주제로 발표가 진행됐다.
◆ 치매환자를 보는 '보호자'도 아프다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정지향 교수.2017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71%가 자녀와 따로 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48%가 부부, 23%는 1인 가구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노인빈곤율은 47.7%로 절반에 가까웠다. 결국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노인 가족끼리 치매를 돌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발제자인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정지향 교수는 "국가가 치매를 책임진다고 하지만 현재 환자와 연관된 대부분의 활동은 가족 보호자가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보호자 1명당 치매환자를 관리하는 데 일평균 5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호자의 개인시간은 거의 없는 셈이다.
치매환자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보호자들은 환자를 통해 느끼는 갈등과 우울, 신체적 기능저하 등 심리적·육체적 고통이 말로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에 대해 정지향 교수는 "보호자가 상대방의 치매를 처음 알았을 때, 그리고 중증이 됐을 때, 이후 시설에 입소됐을 때 각각 다른 심적 충격과 육제적 고통이 수반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보호자들의 정신적·육체적 건강에 대한 관리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치매환자를 돌보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보호자도 많은 현실"이라며 "보호자에 대한 전문 상담과 교육이 구축된다면 2차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지향 교수는 보호자에 대한 ▲배우기 ▲마음바꾸기 ▲실행하기 등 상담 및 교육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배우기는 치매에 대한 정보를, 마음바꾸기는 환자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감정적·육체적 공간을, 실행하기는 치매환자에 대한 올바른 관리방법을 의미한다.
그는 "치매정책에서 보호자의 상담교육은 매우 중요하다"”며 "스스로 치매에 대해 배우고 깨우쳐야 환자로부터 받는 고통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환자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두고 관찰해야 보호에 대한 부담감과 우울감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정 교수가 제시한 보호자 상담교육의 체계화는 ▲인지행동치료 ▲치매보호자교육상담 ▲경증치매전문시설 확대 등으로 요약된다. 그는 "특히 치매보호자에 대한 상담료와 교육비를 급여화로 전환해야 진정한 치매 국가책임제가 실현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 치매 국가책임제, "치료 체계의 세부적 변화 필요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대선 기간 중 "치매문제는 가정 차원이 아닌 국가 차원에서 담당해야 할 사안"이라며 "가족 구성원 모두가 고통받는 질환인 만큼 치매를 국가책임제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치매 국가책임제도의 주요 추진계획에 따르면 ▲치매지원센터 확대 ▲치매안심병원 설립 ▲노인장기요양보험 본인부담상한제 도입 ▲치매 의료비 90% 건강보험 적용 ▲요양보호사 처우개선 등이 전개되고 있다.
이에 대해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양동원 교수는 "치매 치료비를 정부에서 지원하거나 보험료의 상한선을 두는 것은 환자 가구의 경제적 측면에서 매우 좋은 현상"이라면서도 "치료 시스템 측면에서는 좀 더 세분화된 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양 교수가 제시한 향후 국가치매정책의 방향은 ▲조기검진사업은 고위험군 발굴에 중점 ▲예방적 인지치료 프로그램의 활성화 ▲치매위험도 낮추기 위한 인력개발 강화 ▲취약계층의 치매환자 전수조사 확대 ▲각종 치매치료에 대한 급여화 추진 등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발제자 및 토론자들은 치매 국가책임제가 정착되기에 앞서 향후 발생될 제도적 부작용과 사각지대에 빠질 수 있는 다양한 요소를 사전에 식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치매교정 가능할 때 예방해야".. 8가지 예방법 제시
인하대학교병원 최성혜 신경과 교수는 "치매를 교정할 수 있는 위험인자가 있고 불가능한 위험인자가 있다"면서 "교정이 가능하다면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치매 위험도를 35%나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최성혜 교수가 제시한 '8가지 치매예방법'이다.
최성혜 교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운동부족은 치매의 발병위험률을 1.4배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주일에 적어도 150분 이상 빠르게 걷고, 적어도 75분 이상 격렬한 유산소 운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외부활동이 부족해도 치매의 발병위험도는 약 1.6배 증가한다고 밝혔다. 지인을 만나거나 동호회 모임 등을 통해 일주일에 한번은 사회적 활동을 해야 한다고 권장했다.
연구자료에는 두뇌활동을 지속할 경우 치매의 발병위험도를 0.4배 낮출 수 있으며 머리를 쓰는 여가활동에 참여하면 알츠하이머병의 발병률을 60%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 교수는 "노래, 춤, 그림그리기, 사진찍기, 글쓰기 등은 단순해 보이지만 두뇌활동과 치매예방에 매우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식습관의 경우 야채, 생선, 견과류, 과일, 식물성 유지방 등의 섭취를 재차 권장했다. 매 끼니마다 한 접시의 야채, 주 1~2회 생선과 콩, 하루에 견과류 한줌, 과일은 매일, 올리브오일과 들기름은 매 식사마다 적당히 섭취한다면 치매 발병위험도를 30%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5세 이상 노년기에 흡연을 할 경우 치매발생위험도가 1.6배 증가하며 뇌졸중 발병위험도는 4배나 오른 것으로 드러났다. 최 교수는 "금연을 한다면 1년 뒤 뇌졸중 발생위험을 절반으로 감소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뇌졸중은 혈관성 치매를 유발하는 주요 증상 중 하나다.
이 외에도 절주, 우울증 상담, 당뇨병 및 고혈압 치료 등은 치매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성혜 교수는 "예방법이지만 꾸준히 실천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며 "환자와 보호자가 함께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769만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14.8%인 '고령사회'에 진입한 상황이다. 노인이 늘어날수록 치매환자도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인 점을 고려하면, 향후 치매환자와 보호자에 대한 관리체계가 더욱 견고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치매와 알츠하이머병은 다르다?!
기억력이 감퇴하면 '기억장애'라고 하며, 기억력을 비롯한 언어능력, 추론능력, 고위실행기능 등 두 종류 이상의 인지기능이 손상되면 '인지기능장애'라고 한다. 이 인지기능장애가 후천적으로 발생하고 일상적인 직업활동이나 사회생활에 지장이 있는 경우를 '치매'라고 부른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김상윤 교수는 "치매는 질환명이 아니고 단지 인지기능이 심하게 저하된 상태를 의미하는 용어"라며 "진료실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인지기능의 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질환은 100여 가지며, 그 중에 가장 흔한 유발질환이 바로 '알츠하이머병'이다.
치매 환자 중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비율은 60~70%에 이른다. 정리하자면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유발할 수 있는 증상 중 하나로 이 둘은 다르다는 것. 알츠하이머병만 본다면 치매증상 외에도 신경운동, 신경정신, 문제행동, 이상심리 등 다양한 증상을 보일 수 있다.